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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묘한 전쟁 원인들

by goggum 2025. 3. 28.

전쟁은 대부분 영토, 자원, 권력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발발하지만, 역사 속에는 전혀 전쟁의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황당하거나 사소한 계기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 사례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오해, 자존심, 정치적 농담이 예상치 못한 파국을 불러왔고, 일부 전쟁은 원인 자체가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이게 진짜였나?’ 싶을 정도다. 이번 글에서는 파스트리 전쟁, 망각된 전쟁, 그리고 에메 전쟁이라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인간사의 기묘한 전쟁 이유를 들여다본다.

가장 기묘한 전쟁 원인들
가장 기묘한 전쟁 원인들

 

디저트 하나가 불러온 전쟁 – 파스트리 전쟁

 

“전쟁의 원인이 파이 한 조각이었다”는 말이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파스트리 전쟁(Pastry War)은 디저트를 둘러싼 갈등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진 드문 사례다.

이 사건은 1820년대 프랑스인 파티시에 레몽이 오스만 제국 내의 멕시코에 위치한 가게를 운영하던 중 멕시코 군인들에게 약탈당하고,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프랑스 정부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멕시코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이후 1838년, 프랑스는 오랜 시간 멕시코에 쌓여 있던 다른 여러 상업적 불만 사항들과 함께 이 사건을 다시 문제 삼으며, 무려 60만 페소의 배상을 요구하며 군사 행동을 개시한다.

프랑스는 멕시코의 항구를 봉쇄하고 해군을 동원해 실제로 무력 충돌에 나섰고, 이로 인해 다수의 군사적 충돌과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황한 멕시코 정부는 결국 배상금을 지불하고, 프랑스군은 철수하게 된다. 이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무역 마찰이나 외교 분쟁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 발단이 된 계기가 ‘한 프랑스 제과업자의 가게가 약탈당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상 가장 황당한 전쟁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쟁은 단순히 작은 개인 피해가 어떻게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열강들의 제국주의적 태도와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서의 군사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를 드러내는 사례로 남아 있다. ‘파스트리 전쟁’이라는 이름은 당시 언론과 역사가들이 붙인 비꼬는 표현이지만, 실제 피해자와 전쟁 당사국들에게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었다.

 

싸웠는지도 몰랐던 전쟁 – 스페인과 프랑스의 망각된 전쟁

 

전쟁은 시작부터 치열한 선전포고와 공격으로 시작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전쟁이 시작된 줄 몰랐고, 나중에야 끝났다는 사실만 기록으로 남은 전쟁도 있다. 바로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망각된 전쟁’(The War of Jenkins’ Ear)이다. 이 전쟁은 사실상 양국 간에 실질적인 충돌이 거의 없었고, 전쟁 기간조차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18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국은 오랜 시간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고, 특히 스페인의 나바라 지역과 프랑스의 바스크 지역 사이에서는 사소한 충돌이 잦았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한 지방 군주가 지역 내 한 성을 점령한 사건이 벌어지며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었고, 이에 따라 스페인 국왕이 ‘프랑스에 대해 선전포고’를 내리는 문서를 발표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선전포고가 실제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고, 행정 절차의 일환으로 기록만 남겨진 상태에서, 양국 모두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병력도, 전투도, 피해도 없었다. 전쟁 선포는 있었으나 실제 교전도 없이 시간이 흘렀고, 몇 년 뒤 양국 간 협정을 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종전이 선포되었다.

역사학자들이 이 전쟁을 ‘망각된 전쟁’ 또는 ‘소극적인 선전포고’라 부른 이유는, 양국 모두 기억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이 사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해당 지역 주민들조차 전쟁이 벌어졌는지조차 몰랐으며, 이후 수백 년 동안 역사서에서도 언급이 거의 없었다.

이 사건은 국제 정치에서 선전포고가 항상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쟁이라는 개념조차 정치적 계산이나 형식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염소가 발단이 된 에메 전쟁

 

때로는 하나의 짐승이 거대한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1955년,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사이에서 벌어진 에메 전쟁은 그 어떤 전쟁보다도 터무니없는 이유, 바로 염소 한 마리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충돌과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국경 지역에서는 농민과 목축민들이 양측 땅을 넘나들며 생활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가축이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던 중, 아이티 농민의 염소 한 마리가 도미니카 국경을 넘어가 농지를 파괴했다는 이유로, 도미니카 군이 해당 염소를 사살하고 농민을 체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이티는 이를 자국민에 대한 폭력 행위로 간주하고 항의했으며, 도미니카 측은 오히려 국경 침범을 문제 삼았다. 양국 간 감정은 격화되었고, 결국 아이티 측의 민병대가 도미니카 국경 초소를 기습하면서 국지적 충돌이 벌어졌다. 이 전투는 며칠간 이어졌으며, 양측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물론 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염소 한 마리였다고만 보긴 어렵지만, 표면적으로 기록된 발단은 바로 그것이었다. 이후 양국 정부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상황을 수습했지만, 이 사건은 ‘염소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에메 전쟁은 사소한 사건이 국경 문제와 민족 감정을 자극할 경우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오해가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으며, 작은 사건 하나에도 평화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지만, 때로는 너무도 황당한 이유로 시작되곤 한다. 파스트리 전쟁은 디저트 하나가, 망각된 전쟁은 존재감 없는 행정 절차가, 에메 전쟁은 단순한 가축 한 마리가 전쟁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전쟁이 항상 명분 있고 논리적인 결정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런 기묘한 사례들은 전쟁의 진정한 의미와 인간의 감정, 정치의 복잡성을 되짚어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전쟁들을 교훈 삼아, 분쟁보다는 대화와 이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